“앉아서 좀 쉬어!!”
essay drive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4-03-18 15:53
조회
368
에세이 드라이브 55기 세 번째 글
사촌 동생 결혼식 참석차 지난주 목요일에 부모님이 오셨다. 오래전에도친척의 결혼식 때문에 하룻밤 주무시긴 했지만, 그때는 정말 잠만 주무시고 가셨다. 이번 기회에 서울 구경도 시켜드리고 내 손으로 직접 식사를 차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주 전부터 무엇을 해드려야 하나 고민했다. 미리 다양한 반찬은 만들어 놓았고 이걸로도 충분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보쌈 고기! 몇 번의 조리 경험도 있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목요일 오전부터 부모님이 주무실 방을 정리했다. 잔소리 생성기들을 여기저기 숨기고 최대한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 그리고 보쌈을 삶기 시작했다. 도착 예정 시간이 대략 2시이고, 백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삼겹살 고기는 그리 오래 삶지 않아도 된다고 하셔서 11시부터 웍에 생고기, 파, 양파, 된장 몇 스푼과 마늘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KTX가 서울역에 도착할 시간, 지하철에서 내리실 즈음에 전화로 그들의 동선을 트래킹했다. 무슨 역의 몇 번 출구에서 나와 몇 번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리면 된다고 상세한 안내를 보냈기에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역시나 버스를 잘 못 타시고 한참을 걸어오신 후 도착했다. 오랜 이동시간 동안 피곤하지도 않으신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아따야, 뭐가 이리 많노, 정신 사나브라~”
여기저기 다양한 물건들이 많아 각자의 용도를 묻는 말과 잔소리는 줄줄이 비엔나처럼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얼른 점심을 차려서 잠시 일시 정지했다.
마침 어제 보내신 반찬도 도착해서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다. 혼자 다 할 수 있는 일이고 2시간 30분의 기차여행, 복잡한 서울 지하철을 경험하신 터라 피곤하실 듯 해서 앉아서 쉬시라 했지만 계속 무언가를 하셨다.
부산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편안히 쉬는 모습을 보질 못했다. 처음에는 엄마의 잔소리로 가득했지만, 나중에는 그에 반격하는 나의 잔소리가 집안을 가득 매웠다.
“아~ 내가 할께.” “좀 쉬어!”
일요일 새벽 6시 부산으로 가야 하는 먼 길이라 동생네와 부모님은 일찌감치 준비했다. 요즘은 명절이라도 집에서는 1박만 하고 서울로 도망처 오기 때문에 3일간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은 애틋했다. 각자의 잔소리로 편한 시간이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른 시간이라 아침을 대접해 드리지 못해, 가는 길에 배고프실까봐 크루와상 생지로 크로플 몇 개 구웠다. 동생 차에 짐을 싣고 작별 인사를 하고 출발하는 차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았다. 괜히 눈물이 나왔지만, 집으로 뛰어 들어가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날려 보냈다.
가족들의 흔적을 지우고 오롯이 나의 공간으로 원복시켰다. 그동안 쌓인 빨래를 돌리며 가만히 앉아 지난 3일의 기억을 빈 공간에 투사했다.
“그냥 하시게 둘걸... “
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잔소리한 내 입을 원망했다. 그게 편하시다면 그렇게 하시게 둘 걸.
오후에 아버지에게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당연하게도 전화기 너머에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도 웃긴 게 본인의 이름의 전화지만, 본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드러내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매주 엄마한테만 전화하는 나도 마찬가지니까.
아직 혼자인 내가 당신들의 유일한 아픈 손가락일 터.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효도의 방법이 무엇인지 알지만 이런 삶이 좋아 애써 무시한다. 부모로서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제는 엄마, 아버지 당신만을 위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갈 테니까.
나를 알고 싶어 매일 씁니다.
사촌 동생 결혼식 참석차 지난주 목요일에 부모님이 오셨다. 오래전에도친척의 결혼식 때문에 하룻밤 주무시긴 했지만, 그때는 정말 잠만 주무시고 가셨다. 이번 기회에 서울 구경도 시켜드리고 내 손으로 직접 식사를 차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주 전부터 무엇을 해드려야 하나 고민했다. 미리 다양한 반찬은 만들어 놓았고 이걸로도 충분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보쌈 고기! 몇 번의 조리 경험도 있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목요일 오전부터 부모님이 주무실 방을 정리했다. 잔소리 생성기들을 여기저기 숨기고 최대한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 그리고 보쌈을 삶기 시작했다. 도착 예정 시간이 대략 2시이고, 백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삼겹살 고기는 그리 오래 삶지 않아도 된다고 하셔서 11시부터 웍에 생고기, 파, 양파, 된장 몇 스푼과 마늘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KTX가 서울역에 도착할 시간, 지하철에서 내리실 즈음에 전화로 그들의 동선을 트래킹했다. 무슨 역의 몇 번 출구에서 나와 몇 번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리면 된다고 상세한 안내를 보냈기에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역시나 버스를 잘 못 타시고 한참을 걸어오신 후 도착했다. 오랜 이동시간 동안 피곤하지도 않으신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아따야, 뭐가 이리 많노, 정신 사나브라~”
여기저기 다양한 물건들이 많아 각자의 용도를 묻는 말과 잔소리는 줄줄이 비엔나처럼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얼른 점심을 차려서 잠시 일시 정지했다.
마침 어제 보내신 반찬도 도착해서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다. 혼자 다 할 수 있는 일이고 2시간 30분의 기차여행, 복잡한 서울 지하철을 경험하신 터라 피곤하실 듯 해서 앉아서 쉬시라 했지만 계속 무언가를 하셨다.
부산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편안히 쉬는 모습을 보질 못했다. 처음에는 엄마의 잔소리로 가득했지만, 나중에는 그에 반격하는 나의 잔소리가 집안을 가득 매웠다.
“아~ 내가 할께.” “좀 쉬어!”
일요일 새벽 6시 부산으로 가야 하는 먼 길이라 동생네와 부모님은 일찌감치 준비했다. 요즘은 명절이라도 집에서는 1박만 하고 서울로 도망처 오기 때문에 3일간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은 애틋했다. 각자의 잔소리로 편한 시간이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른 시간이라 아침을 대접해 드리지 못해, 가는 길에 배고프실까봐 크루와상 생지로 크로플 몇 개 구웠다. 동생 차에 짐을 싣고 작별 인사를 하고 출발하는 차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았다. 괜히 눈물이 나왔지만, 집으로 뛰어 들어가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날려 보냈다.
가족들의 흔적을 지우고 오롯이 나의 공간으로 원복시켰다. 그동안 쌓인 빨래를 돌리며 가만히 앉아 지난 3일의 기억을 빈 공간에 투사했다.
“그냥 하시게 둘걸... “
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잔소리한 내 입을 원망했다. 그게 편하시다면 그렇게 하시게 둘 걸.
오후에 아버지에게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당연하게도 전화기 너머에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도 웃긴 게 본인의 이름의 전화지만, 본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드러내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매주 엄마한테만 전화하는 나도 마찬가지니까.
아직 혼자인 내가 당신들의 유일한 아픈 손가락일 터.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효도의 방법이 무엇인지 알지만 이런 삶이 좋아 애써 무시한다. 부모로서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제는 엄마, 아버지 당신만을 위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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