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essay drive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4-03-04 15:48
조회
469
에세이 드라이브 55기 첫 번째 글
‘우주와 하늘과 별과 구름과 숲과 나무와 꽃과 물, 이 모든 자연을 사랑함’
내 인스타그램 계정의 소개 문구 중 하나다. 자연을 사랑한다. 자연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를 사랑한다. 버스 정류장에 심어진 흔한 꽃으로부터 우울한 출근 시간 중 작은 기쁨을 얻어간다.
탄생 월이기도 한 3월을 사랑한다. 추운 겨울을 버티고 수많은 새싹과 꽃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초록 초록하고 화사한 식물들은 바라만 보아도 행복이 바람 따라 가슴에 와닿는다. 유난히 우울했던 이번 겨울, 유독 3월이 더 기다려졌다. 올 봄에는 마음껏 자연을 누릴것이다.
여러 개의 멀티탭에 연결된 수십 개의 전원 코드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열을 내 뿜는 전자기기, 음반, 책이 가득한 방 한쪽 구석에는 그녀에게 분양받은 스킨답서스가 투명한 화분과 반으로 자른 페트병에 담겨 있다. 내 방의 유일한 초록이들.
과거 선인장마저 죽였던 나는 그 이후로 식물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들이 유혹해도 무심한 척 고개를 돌렸다. 다시는 살식자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초록이들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너무 사랑하지만 너희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사랑의 다른 표현이었다. 그런 나에게 수경재배가 가능한 스킨답서스는 꽤 흥미로웠다. 사실 그녀의 추천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 녀석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면 되고,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사려깊은 시선으로 약간의 관심을 주면 된다는 말에 4뿌리를 받아 왔고, 아직 죽지 않고 푸른빛을 내 뿜고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
회색빛으로 가득했던 겨울이 끝나고 햇살마저 따스한 요즘 세상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이 보인다. 왠지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는듯하다. 봄과 어울리는 음식을 내놓는 그녀의 가게는 마침 3월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망원동에 위치한 그곳의 맞은편 집 마당에는 목련 나무가 있는데, 보송보송한 털이 보이는 듯하다. 만발하게 되면 가게에 앉아 목련 구경을 하며 커피와 상큼한 샐러드를 먹어야지.
혼란과 화려함이 혼재하는 도시는 그런 초록이 들을 모두 삼키고 있다. 부족하다 못해 더 늘려야 할 것 같은데 흙과 나무를 절멸시키겠다는 듯이 콘크리트로 덮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쓰라린다. 콘크리트 가루가 이런 맛일까?
고층 빌딩이 가득한 거리를 걷다 보면 파란 하늘을 보는 게 쉽지 않다. 노을을 마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다. 간혹 빌딩 사이로 비치는 노란 햇살을 만나게 되면 괜히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거나 내 몸에 품어본다. 그리웠다고.
식사 후 산책을 위해 가로수가 줄지어 서있는 거리로 나가본다. 특히나 지금은 선거철이라 여기저기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후보들의 홍보 현수막뿐만 아니라 헬스장, 슈퍼, 안경원 등등 각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전봇대와 나무 사이에 매달려 바람에 따라 춤을 춘다. 놀랍게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지만.
홍대 근처에서 약속이 생기면 가끔 양화대교를 건너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여서 외롭지는 않다. 다리 중앙에는 넓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서서 여의도 방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밤이면 흐르는 물살이 보이지도 않는 깜깜한 한강이 무서워 이내 시선을 위로 올린다.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은 아름답고, 저 멀리 남산타워는 미세먼지 때문에 희미하게 반짝인다. 다시 시선을 위로 올린다. 밤하늘은 깜깜하다. 서울의 밤하늘은 정말 깜깜하기만 하다.
까만 밤 하늘에도 수많은 별이 있을 텐데 몇 개 보이지 않는다. 가끔 반짝이며 지나가는 비행기만이 시선을 멈추게 할 뿐.
눈과 비 그리고 따뜻한 햇살로 자연의 생태계를 유지시키지만 우리의 감성을 채우기도 하는 깨끗한 파란 하늘이, 바람에 흩날리는 초록의 나뭇잎들이, 어두운 밤에 길잡이가 되어주는 아름다운 별들이 보고 싶다.
나를 알고 싶어 매일 씁니다.
‘우주와 하늘과 별과 구름과 숲과 나무와 꽃과 물, 이 모든 자연을 사랑함’
내 인스타그램 계정의 소개 문구 중 하나다. 자연을 사랑한다. 자연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를 사랑한다. 버스 정류장에 심어진 흔한 꽃으로부터 우울한 출근 시간 중 작은 기쁨을 얻어간다.
탄생 월이기도 한 3월을 사랑한다. 추운 겨울을 버티고 수많은 새싹과 꽃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초록 초록하고 화사한 식물들은 바라만 보아도 행복이 바람 따라 가슴에 와닿는다. 유난히 우울했던 이번 겨울, 유독 3월이 더 기다려졌다. 올 봄에는 마음껏 자연을 누릴것이다.
여러 개의 멀티탭에 연결된 수십 개의 전원 코드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열을 내 뿜는 전자기기, 음반, 책이 가득한 방 한쪽 구석에는 그녀에게 분양받은 스킨답서스가 투명한 화분과 반으로 자른 페트병에 담겨 있다. 내 방의 유일한 초록이들.
과거 선인장마저 죽였던 나는 그 이후로 식물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들이 유혹해도 무심한 척 고개를 돌렸다. 다시는 살식자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초록이들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너무 사랑하지만 너희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사랑의 다른 표현이었다. 그런 나에게 수경재배가 가능한 스킨답서스는 꽤 흥미로웠다. 사실 그녀의 추천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 녀석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면 되고,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사려깊은 시선으로 약간의 관심을 주면 된다는 말에 4뿌리를 받아 왔고, 아직 죽지 않고 푸른빛을 내 뿜고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
회색빛으로 가득했던 겨울이 끝나고 햇살마저 따스한 요즘 세상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이 보인다. 왠지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는듯하다. 봄과 어울리는 음식을 내놓는 그녀의 가게는 마침 3월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망원동에 위치한 그곳의 맞은편 집 마당에는 목련 나무가 있는데, 보송보송한 털이 보이는 듯하다. 만발하게 되면 가게에 앉아 목련 구경을 하며 커피와 상큼한 샐러드를 먹어야지.
혼란과 화려함이 혼재하는 도시는 그런 초록이 들을 모두 삼키고 있다. 부족하다 못해 더 늘려야 할 것 같은데 흙과 나무를 절멸시키겠다는 듯이 콘크리트로 덮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쓰라린다. 콘크리트 가루가 이런 맛일까?
고층 빌딩이 가득한 거리를 걷다 보면 파란 하늘을 보는 게 쉽지 않다. 노을을 마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다. 간혹 빌딩 사이로 비치는 노란 햇살을 만나게 되면 괜히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거나 내 몸에 품어본다. 그리웠다고.
식사 후 산책을 위해 가로수가 줄지어 서있는 거리로 나가본다. 특히나 지금은 선거철이라 여기저기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후보들의 홍보 현수막뿐만 아니라 헬스장, 슈퍼, 안경원 등등 각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전봇대와 나무 사이에 매달려 바람에 따라 춤을 춘다. 놀랍게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지만.
홍대 근처에서 약속이 생기면 가끔 양화대교를 건너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여서 외롭지는 않다. 다리 중앙에는 넓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서서 여의도 방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밤이면 흐르는 물살이 보이지도 않는 깜깜한 한강이 무서워 이내 시선을 위로 올린다.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은 아름답고, 저 멀리 남산타워는 미세먼지 때문에 희미하게 반짝인다. 다시 시선을 위로 올린다. 밤하늘은 깜깜하다. 서울의 밤하늘은 정말 깜깜하기만 하다.
까만 밤 하늘에도 수많은 별이 있을 텐데 몇 개 보이지 않는다. 가끔 반짝이며 지나가는 비행기만이 시선을 멈추게 할 뿐.
눈과 비 그리고 따뜻한 햇살로 자연의 생태계를 유지시키지만 우리의 감성을 채우기도 하는 깨끗한 파란 하늘이, 바람에 흩날리는 초록의 나뭇잎들이, 어두운 밤에 길잡이가 되어주는 아름다운 별들이 보고 싶다.
전체 0
전체 81
번호 | 제목 | 작성일 | 추천 |
81 |
엄마의 흔적
디노
|
2025.06.11
|
추천 0
|
조회 52
|
2025.06.11 | 0 |
80 |
고요한 카오스
디노
|
2025.05.16
|
추천 0
|
조회 150
|
2025.05.16 | 0 |
79 |
난?
디노
|
2025.05.08
|
추천 0
|
조회 213
|
2025.05.08 | 0 |
78 |
방법은 알잖아?
디노
|
2025.04.30
|
추천 0
|
조회 448
|
2025.04.30 | 0 |
77 |
시간의 속도
디노
|
2025.04.25
|
추천 0
|
조회 262
|
2025.04.25 | 0 |
76 |
그냥 하지 않기
디노
|
2025.04.23
|
추천 0
|
조회 249
|
2025.04.23 | 0 |
75 |
혼자라는 것에 (다시) 적응해야 되.
디노
|
2025.04.18
|
추천 0
|
조회 253
|
2025.04.18 | 0 |
74 |
잘 하고 있어.
디노
|
2025.04.15
|
추천 0
|
조회 257
|
2025.04.15 | 0 |
73 |
조금만 양보하지
디노
|
2025.04.11
|
추천 0
|
조회 299
|
2025.04.11 | 0 |
72 |
결국 내가 해야 한다.
디노
|
2025.04.10
|
추천 0
|
조회 278
|
2025.04.10 | 0 |
71 |
혼자 여행
디노
|
2024.11.03
|
추천 0
|
조회 343
|
2024.11.03 | 0 |
70 |
앞으로 해야할 일
디노
|
2024.10.27
|
추천 0
|
조회 287
|
2024.10.27 | 0 |
69 |
골목탐험
디노
|
2024.10.20
|
추천 0
|
조회 303
|
2024.10.20 | 0 |
68 |
여전히 살아있다.
디노
|
2024.10.13
|
추천 0
|
조회 192
|
2024.10.13 | 0 |
67 |
고운 마음을 품고 싶어.
디노
|
2024.10.06
|
추천 0
|
조회 271
|
2024.10.06 | 0 |
66 |
시간은 쓰기 나름
디노
|
2024.09.29
|
추천 0
|
조회 219
|
2024.09.29 | 0 |
65 |
정리와 유지
디노
|
2024.09.22
|
추천 0
|
조회 261
|
2024.09.22 | 0 |
64 |
![]()
디노
|
2024.09.08
|
추천 0
|
조회 3
|
2024.09.08 | 0 |
63 |
![]()
디노
|
2024.08.25
|
추천 0
|
조회 4
|
2024.08.25 | 0 |
62 |
![]()
디노
|
2024.08.16
|
추천 0
|
조회 3
|
2024.08.16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