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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장  블렌더 예술

제 16 장  블렌더 예술
THE BLENDER’S ART
                                    오, 위스키! 놀이와 장난의 영혼이여!
                                 시인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받아 다오!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자,” 로버트 번즈.
밑그림
얼마나 많은 개별적 요소들이 싱글몰트를 독특하게 만드는데 기여하는지를 생각해 보라. 다양한 피트향을 가진 맥아 보리, 스코틀랜드 땅 속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리는 물, 특이하면서도 별난 모양을 가진 증류기, 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 그 자체 분위기도 위스키가 통에서 숙성할 때에 부드럽게 지문을 남긴다. 그러니 발렌타인 17년에 얼마나 많은 풍미가 겹쳐 있을까?
마스터 블렌터 로버트 힉스는 이 위대한 위스키 창조과정을 유화물감으로 명작을 그리는 것에 비유한다. 화가의 첫 번째 작업은 마포를 사용하여 거기에 일종의 아교를 먹이는 등의 작업을 통하여 캔버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스키로 비유하자면, 블렌더는 먼저 밑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몇 종류의 그레인 위스키을 선정한다. 말하자면 그것에 기반하여 온갖 물감칠을 한다.
“그레인 위스키는 풍미가 온화하여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초물감으로 적당합니다.” 라고 로버트 힉스는 설명한다. “싱글몰트 위스키와 비교해서 그레인 위스키의 풍미적 특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몰트 위스키를 통해서 기대해야죠, 몰트 위스키가 주는 깊이라든가 미묘한 차이와 같은 무엇가 다른 것은 말입니다.”
“그레인 위스키는 반석입니다. 그림으로 치자면 캔버스를 준비하는 것과 같습니다. 준비작업은 말을 할 필요도 없이 정말 중요합니다. 캔버스 준비작업으로 보통은 흰색이라든가, 단조로우면서 희미한 몇 개의 물감을 칠하는데, 그러한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유화 물감이 잘 오르지도 않아 물감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를 못합니다.”
“그레인 위스키는 싱글몰트와 같은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전체적인 브렌디드 위스키를 잡아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레인 위스키는 미묘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풍미를 얻기 위해 일반적으로 몇 가지의 그레인 위스키를 섞습니다.”
“유화그림으로 돌아가서 황혼을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칠한다고 생각해 보죠. 준비작업을 하였기 때문에 밑칠이 순백이지는 않겠지요. 그렇지만 그것이 원하고자 하는 색을 제대로 표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림 100 로버트 힉스

마스터 블렌더가 하는 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발렌타인 17년의 품질은 일관성이 있어야만 하는데 원료가 되는 위스키는 종종 바뀌기 때문이다. 증류소가 폐업하거나 또는 공급되는 위스키가 시시때때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하여 풍미를 조절하는 준비작업을 하는 마스터 블렌더의 역량덕분에, 항상 같은 품질의 제품이 완성된다.

모든 블렌더는 몰트 증류소의 부침에 따라 이러한 문제와 맞닥뜨린다. 그래서 어떤 블렌디드 위스키를 창조하는 역량 중의 하나는 공급을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능력이다. 가능하면 블렌디드 위스키에 들어가는 몰트 위스키 증류소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스코틀랜드에 있는 모든 증류소를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향후 반세기 동안 40여개에 이르는 몰트 증류소가 어떻게 될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작두타기와 같이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잘나가던 시절, 이 귀중한 위스키인 발렌타인 17년이 품귀에 빠진 적이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여 마스터 블렌더는 비상용으로 확보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비교하면서, 블렌디드 위스키의 맛이 결코 변하지 않도록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판단해야 한다.
하나의 블렌디드 위스키에 쓰이는 싱글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 수는 웬만해서는 일정할 수가 없는데, 시기와 경제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현재 발렌타인 17년에서 쓰는 싱글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의 수는 40여개 이상인데, 이 모든 것이 발렌타인 17년의 본질적인 개성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색감256)
“밑칠을 하여 캔버스 작업이 끝나면, 다음으로 화가는 그가 생각하는 그림의 윤곽을 연필로 스케치합니다.” 라고 로버트는 설명한다. “제가 하는 스케치작업은, 하일랜드 위스키를 사용하여서 제가 구상하는 스타일의 대강을 잡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색깔들은 스페이사이드, 아일레이 그리고 아일랜드 위스키를 사용하여 채워 나갑니다.”
준비작업이 끝나면, 로버트는 두 개의 주요 몰트 위스키를 사용하여 독특한 발렌타인 17년의 윤곽을 만든다.
“첫 번째는 밀튼더프 위스키입니다.” 그는 말한다. “그것은 고소한 견과류와 꿀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풍부한 풍미가 있습니다. 또한 풍성한 여름철 꽃내음이 나는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밀튼더프는 풍성한 향기와 여름철의 풍성한 꽃향기를 가지고 있어서, 전체적인 톤을 말끔하게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글렌버기를 사용하는데, 정말 피트향이 물씬 나고, 바탕에는 헤더꽃 향기가 있습니다. 이 견고한 기초를 바탕으로 다른 색깔들을 칠해 나갈 수 있답니다.”
유화 물감과 마찬가지로 어떤 싱글몰트는 극단적으로 강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 풍미를 죽여주어야만 하고, 반대로 다른 어떤 것은 미묘하고 섬세하여서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살려주어야 한다.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가는 웬만해서는 검은색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강조를 하기 위해서 검정색을 조금은 사용해야만 합니다. 예를 든다면, 아드벡은 그러한 범주에 들어가는 위스키입니다. 아드벡은 여름 해변 냄새와 짠맛 그리고 바닷가 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아주  무거운 피트향을 가진 아일레이 위스키입니다. 해초 냄새가 물씬 나는 한적한 해변을 홀로 걷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것이 아드벡이랍니다. 그 풍미는 정말 강하고, 몹시 자극적이고 강렬하여서 정말 조금만 사용합니다.”
“아드벡과 같은 방식으로 라프로익도 극소량 사용합니다. 바다 내음과 달콤한 맛이 살짝 들어있는, 정말 강한 피트향과 스모키가 느껴지는 위스키입니다. 힘차고, 톡 쏘고 그리고 까다롭다고 표현하고 싶군요.”
“밀튼더프와 아드벡은 제가 기본 색깔로 사용하는 위스키로, 절도 있게 사용해야지 서투르게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아드벡과 라프로익의 대담한 필치는 발렌타인 17년을 구성하는 핵심 몰트 위스키들에게 녹아 들어가 있다. 각각의 핵심 몰트 위스키들은 각기 다른 개성들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특성들이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이러한 점에서 발블레어는 제가 작업을 할 때에 가장 먼저 찾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향이 좋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과일맛과 향신료 맛이 묻어난다고 할까요. 짠맛을 지닌, 섬세하면서 꽃향기가 있는 스카파와 어울리면 정말 멋진 위스키가 됩니다. 그리고 글렌카담을 들 수 있는데요, 그것은 꿀맛이 감돌면서, 여름 꽃향기와 사과향기를 가진 크리미 스타일의 위스키입니다.”

어떤 강렬한 색깔을 가진 위스키들은 다른 위스키와 어울려 한층 더 멋지게 균형을 잡아 나간다.
“특히, 톨모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라고 로버트는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톨모어는 은은히 바디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볍고 달콤하고 향기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페이사이드 몰트 위스키의 정형과는 다른 뭐랄까 유쾌한 파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렌토커스는 서양배모양257)의 눈깔사탕 맛이 담겨 있는, 풍부한 맛을 지닌 위스키인데 에스테르258)가 영향을 주었습니다. 서양배 모양 눈깔사탕에서 나오는 풍미는 에스테르 때문이죠. 인동덩굴259)의 독특한 풍미가 느껴지는 향기로운 몰트 위스키입니다.”
“한편 임페리얼은 피트와 헤더의 흔적 그리고 가을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요, 강렬하면서 묵직하고 중후한 맛이 특징입니다. 깊은 맛이 있으면서 희미하게나마 향수냄새가 있죠.”
그림 111 서양배 모양 눈깔사탕(Pear drop)
그림 112 인동덩굴

 

 

 

걸작의 완성
기초작업부터 여러 색조를 칠하는 단계로 나가는 그림 그리기처럼 신중하게 블렌딩을 해 나가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층이 겹쳐진 위스키가 만들어진다. 위스키 전문가라면 이 모든 것을 식별할 수 있다.
완성된 블렌디드 위스키는 스모크 맛과 함께 꿀 같은 달콤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스코틀랜드에서 자생하는 온갖 종류의 꽃내음과, 각각의 몰트 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느낄 수 있다.
“유리잔에 담겨 있는 발렌타인 17년을 시음해보면, 이러한 모든 특성이 나에게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위스키에서 나오는 향이 하나인 듯해서, 위스키의 그 모든 특성을 알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느끼고 또 느껴보면, 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여러 아로마를 하나씩 찾을 수 있습니다. 뒤지면 뒤질수록 또 다른 아로마가 나타난답니다.”
로버트는 자신의 일을 생각할 때면 여러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한다.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조화가 잘 어우러진 멋진 연주를 하는 것, 또는 수많은 물감을 사용하여 작품을 창조하는 것 등등. 그러나 그가 평생 동안 헌신해 온 일에 대해서, 계속 지속되어온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발렌타인 17년은 곡물로 시작하는데, 위대한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하여 시간의 여정을 할 때 몰트 위스키들은 한층 한층 색감이 더해지면서 성장합니다. 그것은 마치 귀하고 영롱한 진주와 같답니다.”
여기까지의 영어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 퀘익260) 수호자
위스키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중요 인사뿐만 아니라 저명한 위스키 전문가와 인사들은 스카치 위스키의 고결함을 고양하고 위스키 앰배서더로써의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퀘익 수호자란 단체에서 모임을 갖는다.
이러한 명칭은 게일어 컥261)에서 왔는데 컵이란 의미로, 고대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위스키를 마실 때 사용한 귀가 두 개인 용기를 말한다. 전통 퀘익은 종종 장식물이나 선물용으로 쓰이곤 하였다.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뼈, 주석합금, 은 그리고 금 등으로 재료가 다양해졌다.
협회가 추구하는 사명은 스카치 위스키의 전통, 고유성 및 품질 그리고 스카치 위스키의 이로움을, 그것이 판매되고 있는 국내 및 국외에 있는 단체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다. 협회운영에 있어서 회원자격은 폐쇄형인데, 오직 초대에 의해서만 가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협회를 만든 5개 회사를 대표하는 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만 한다. (ADL(=발렌타인)도 5개 회사 중 하나이다.)
발렌타인사는 퀘익 수호자 협회를 적극적이고 충실하게 지원하며, 또한 협회가 추진한 스카치 위스키에 대한 높은 수준의 표준을 발렌타인 17년에 잘 반영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위대한 가문들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퀘익 수호자 협회 후원자 명단에 들어 있는데, 그 기원이 스코틀랜드 민족의 시원으로까지 올라갈 정도이다. “문장원이 협회에 문장을 사용하도록 승인하였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협회가 가지고 있는 자긍심이 얼마나 높은지 엿볼 수 있습니다.” 라고 위스키 작가이자 협회 회원이기도 한 로디 마틴은 말한다.
“협회의 좌우명은 문장원 장관이 하사하였습니다. 그것은 “생명의 물이여 영원하라.” 랍니다.”
그림 113 퀘익 수호자 모임

발렌타인 17년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같이 건배사를 할 것 같은 멋진 좌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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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색감 TONE AND COLOUR,  TONE AND COLOUR를 색감과 색깔로 옮길 수도 있으나 사실 한 단어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왜냐하면 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고유색깔을 지칭하는 것인데 두 가지 용어로 옮기면 분리되는 느낌이다. 톤앤매너의 사전적 의미가 색감이나 방법 등으로 정의되지만, 실제적으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257) 서양배모양 눈깔사탕 Pear-drop, 설탕과 향료를 넣어 끓여서 만든 사탕. 향료는, 아세트산 이소아밀 (isoamyl acetate)과 초산에틸이라는 에스테르인데, 앞의 에스테르에서는 바나나향이, 뒤의 에스테르에서는 배향이 난다.
258) 에스테르 esters, 산과 알코올이 작용하여 생긴 화합물. 향기가 좋아 향료로 많이 쓰임. 인동덩쿨에서 에스테르를 축출한다고 한다.
259) 인동덩굴 honeysuckle, 스코틀랜드에서는 야생화이면서도 정원수로도 가꾸는 국가적 식물이다. 대문 근처에 키우면 불행을 막고 행운을 부른다는 민속신앙이 있다. 꽃 향기가 좋아 화장품 원료로 사용. 우리나라에서는 “겨우살이덩굴”, “금은등”(金銀藤), “금은화”(金銀花), “인동”(忍冬), “인동초”(忍冬草) 등으로도 불린다. 한반도 각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엽성관목.

260) 퀘익 QUAICH, 더 알고 싶으면 http://www.keepersofthequaich.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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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출처
제목
출처
작자
그림
99
위스키 잔
발렌타인사
그림
100
로버트 힉스
발렌타인사
그림
101
밀튼더프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02
글렌버기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03
아드벡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04
라프로익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05
발블레어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06
스카파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07
글렌카담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08
톨모어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09
글렌토커스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10
임페리얼 상표
발렌타인사
그림
111
서양배 모양 눈깔사탕(Pear drop)
Wikimedia.org
Kate Hopkins
그림
112
인동덩굴
Wikimedia.org
Keith Williamson
그림
113
퀘익 수호자 모임
keepersofthequaich.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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