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만 사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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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2때 즈음 아버지께서 카세트 플레이어를 주셨다. 매일 밤 라디오와 가요 혹은 팝송 컴픨레이션 앨범인 ‘Now’와 “Max”를 들으며 잠을 청하고는 했다. 본격적인 리스너 생활이 시작되었다.

테이프를 지나 CD, MD로 넘어가면서 오디오 기기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고 팔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더 좋은 소리로 듣고 싶었다. 20대 초반에 중고 거래로 저렴한 오디오와 스피커를 구매하여 듣기 시작했고 오디오에 대한 관심은 현재진행중이다.

와싸다닷컴이라는 오디오 커뮤니티에 구매 글을 남겼고, 얼마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오디오 쪽은 다른 커뮤니티와는 다르게 정이 있고 따뜻한 곳이라 생긱했다. 순진했던 나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적지 않은 돈이었던 10여 만원을 입금하고 판매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1시간… 3시간… 다음 날이 되어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으나 끝나지 않는 통화음만이 나와 마주 했다. 그는 나에게 사기의 첫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 글을 남겼고 형사와 통화를 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통화였다. 결국 나의 피 같은 돈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고, 기기 교체는 몇 달 뒤로 미뤄졌다.

 

그 후로도 많은 중고거래를 했다. 판매만 했고 구매는 거의 하지 않았다. 사기의 염려도 있었지만 물건에 대한 애정이 있는 나에게 남의 손을 탄 것을 들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물건을 구매하고 배송되는 시간, 새 물건을 뜯는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처음 오픈한 상자에서 풍기는 향과 비닐을 뜯고 내 물건임을 인증하듯 지문을 뭍히는 과정은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알리는 듯 하다.

문득 떠나간 아이들이 생각난다. 더 이상은 모으지 않겠다며 판매한 LP들. 구매시보다 꽤나 높은 가격에 판매해서 통장은 두둑해졌다. 문제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수집욕이 끓어올랐고 이제는 구할 수도 없는 그 녀석들이 그립다.

가끔 판매한 물건들이 잘 쓰여지고 있는지 생각한다. 어쩔수 없이 혹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떠난 아이들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오늘도 누군가의 손에서 떠나지 않고 쓰임을 다하고 있길 바란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쓸모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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