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질 수 있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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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대영 고객님.
고객님의 상품이 배송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yes24와 알라딘에서 주문한 물건이 도착했다. 퇴근 시간은 매번 기다려지지만 1인 가구 구성원으로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은 더 설레게 만든다.

쓸쓸히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녀석은 책 몇 권과 LP 한 장이다. 주문한 물건은 김상욱 교수의 신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에세이 드라이브에 참여 중이신 분이 쓰신 «엄마도 감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DG(도이치 그라모폰)125주년 시리즈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LP였다.

최근 코스모스와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읽으면서 과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관심의 폭과 깊이를 넓히기 위해 평소에 좋은 감정이 있던 김상욱 교수의 책을 주문했다. 병렬 독서의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엄마도 감정이.. »는 제수씨를 위해 구매했고 출장 온 동생을 통해 전달했다. 서울에서 김해까지 무려 6시간 반이나 걸렸지만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동생의 카톡 후 저녁에 제수씨로부터 감사의 카톡이 도착했다.

제수씨는 약 5년간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경력을 포기했다. 생일 때에나 선물을 핑계로 격려의 카톡을 보냈지만 내가 품고 있는 마음을 그대로 전해주지는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카톡 문장에서 나의 마음이 잘 전해진 것 같아서 뿌듯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그녀에게, 한 아이의 엄마로서, 가정의 큰 버팀목으로서 부디 잘 견뎌내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길 바란다. 가능하다면 나의 행복을 조금이나마 떼내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영상보다 음악을 더 좋아한다. 어렸을 적 불법 짬뽕 테잎(인기가요를 모은 mix tape)을 사서 듣던 주변 친구들과는 달리 앨범을 구매해서 들었고 MP3가 대세인 시절에도 CDP, MDP로 듣던 괴짜였다. 뒤 늦게 아이팟으로 듣기 시작했지만 머지않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었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CD와 LP로 듣기도 한다. 장에 있는 여러 음반 중의 하나를 골라 시디피나 턴테이블에 음반을 걸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 앨범 자켓과 북클릿을 보며 듣는 음악은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공기 속으로 흘러가버 리지 않는다.

가사집을 펼쳐 문장 하나하나를 눈으로 꾹꾹 누르며 읽어나가고 페이지를 구성하는 색과 그림을 음악과 함께 나만의 세상으로 그려본다. 같은 음악이라도 언제, 어디서 듣느냐에 따라 소리의 질감과 느껴지는 감정은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음반은 그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대부분 이동할 때 듣는 음악은 집중하기 쉽지 않다. 지나가는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소음을 이겨내야 한다. 책을 펼치면 음악에서 백색소음으로 전환한다. 좋아하는 곳을 모은 플레이 리스트보다 앨범의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듣는 것을 선호하는 습관을 도시에서는 지키기 어렵다.

대부분은 E-Book으로 읽고 Spotify, Tidal을 통해 음악을 듣는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기기 하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테크기업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종이책과 플라스틱 음반을 구매하고 선물 하는 이유는 내 손에 잡히는 내 것이기에, 선물한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끊어져도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 300km로 달리는 KTX나 우주로 날아가 버릴 듯한 비행기 안에서도 책은 읽을 수 있으니까.

 

“띵동(지잉지잉)”

 

“[알라딘24-판매시작] 조성진 : 헨델 : 모음곡 …”

“[리디의 서재] 구독이 연장되었습니다.”

 

오늘도 돈 나가는 알림이 쉬지 않고 온다. 혼잡한 9호선 지하철 속에서 안정을 찾기 위해 Spotify를 열고 nujabes의 Modal Soul[1]을 들으며 견뎌야지. 집에서는 우주 정거장에서 녹음한듯한 백색소음을 들으며 커다란 코스모스를 독서대에 올려놓고 읽어야지.

[1] https://www.youtube.com/watch?v=8iP3J8jFY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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